제57호(2014 가을)/[특집] 중앙도서관장 특별기고

[특집] 중앙도서관장 특별기고

EwhaLibrary 2014. 9. 5. 09:35

 

 

 

녕하세요? 20148월부터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장을 맡은 문헌정보학과의 정연경입니다. 1981년 제가 이화여대에 입학할 당시까지도 문헌정보학은 신학문이었습니다. 사회계열로 들어왔던 저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동경과 기대로 주저하지 않고 문헌정보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30년 넘게 책과 사람, 도서관, 이화 캠퍼스에서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제겐 엄청난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 머물면서 제가 생각하게 된 것은 도서관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입니다.

 

대 도서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Andrew Carnegie(1835-1919)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던펌린에서 섬유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8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로 이주했고 어려서부터 얼레잡이, 방적공장 노동자, 기관조수, 전보배달원, 전신기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습니다. 1853년이 되어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학교 다닐 돈이 없어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에게 배움의 갈증을 풀어준 곳이 바로 공공도서관이었습니다. 그에게 도서관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의지가 되는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철강 재벌이 된 후, 1902년 1월 29일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액수인 25백만 달러를 기부하여 미국 전역에 2,500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서관이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개개인의 삶을 달라지게 만들고 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변화가 엄청난 것일 수도,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동안 도서관에서 필요한 것을 얻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버팀목이나 뜀틀이 되어 그 사람의 삶을 달라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철강왕 카네기일 것입니다

 

서관이 인생의 나침판이 되어 개개인의 삶에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면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마음가짐은 작은 성공을 점점 더 크게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더욱 키워 줄 것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작은 성공에 머물지 않고 더 큰 것에 도전하게 해주고 또 다른 성공을 낳도록 지지해 준 곳, 미래에 대한 강한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2013, 미국에서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로부터 “2020년의 도서관은 ______________.”이라는 2500자 정도의 짧은 글을 받아서 Library 2020: Today's Leading Visionaries Describe Tomorrow's Library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에서 James W. Rosenzweig2020년의 도서관은 정보 환경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이지만 그들의 집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전초 기지로서 정보 베이스캠프(Information Base Camp)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서는 험준한 산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돕는 리더십 능력과 많은 기술을 가진 경험 많은 등반가이면서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를 바꾸도록 요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 흐름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용자와 그 변화에 도전하는 능력 있는 사서들이 뜨겁게 소통하는 공간, 이 세상을 바꾸는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위대한 도서관은 바로 그러한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