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BEST 저자>에서는 도서관에서 대출 순위가 높은 작가 한 명을 선정해서 그 작가와 작품들을 안내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 작가를 만나기보다,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깊이있게 만나보는 시간... 작가의 인생을 알면 책을 통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12년 1학기에 이화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는 일본 인기 추리소설가인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지금부터 '미야베 미유키'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1960.12.23-)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는 1960년 도쿄의 변두리 고토 구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는데, 강연회나 판례, 연설 등의 녹취록을 문자로 바꾸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2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27살이 되던 1987년, 세번의 투고 끝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 후 미스터리 추리소설, 사회비판소설, 시대소설, SF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출간하였고,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모방범 파주 : 문학동네, 2006.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ㅁ]
미야베 미유키는 범죄를 둘러싼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범죄는 돈이나 원한과는 무관한 '묻지마 범죄'이고, 범인은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사람을 죽인 후에 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해서 괴롭히기도 하는 일명, 사이코패스입니다.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뉴스로 접하는 '끔찍한 사건'을 소재로 해서 우리 사회를 '거울'로 비춰보는 것처럼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등장인물을 통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작가는 범죄라는 것이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 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 밖에 믿지 않아.” - 2권 p. 493 -
◈ 낙원 파주 : 문학동네, 2008.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ㄴ]
『낙원』은 범죄 가해자의 입장에서 인간이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범죄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이런 범죄 앞에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방범』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시게코를 다시 등장시켜, 그녀가 사건을 추리해나가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런 시게코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면 『모방범』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낙원'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지금 '낙원'에서 살고 있습니까?
"금단의 열매를 먹은 뒤 지혜를 얻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지만, 그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낙원에서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낙원은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확실히 그것을 손에 넣을 때가 있다. 착각이 아니다. 환각이 아니다. 바다 건너 이국의 신이 어떻게 가르치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반드시 자신의 낙원을 찾아낸다. 비록 그것이 아주 잠시일지라도" - 2권 p. 384 -
◈ 화차 파주 : 문학동네, 2012.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ㅎB]
화차(火車)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수레라고 합니다. 헛되고 잘못된 욕망을 가지고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채 살다가 ‘화차’가 도착해야 하는 어둠 속으로 끌려가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행복하고 싶었던 그녀는 어떻게 하다가 어두운 과거를 가지게 되었고, 남의 인생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을 꿈꾸었을까요? 잘못된 길을 걸어간, 허황된 욕심을 가진 그녀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일까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신용불량자', ‘개인파산’, ‘신용카드 빚’, ‘사채’, ‘담보대출’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뱀은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실은 목숨 걸고 하는 거래요. 그러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필요하겠죠. 그런데도 허물을 벗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목숨 걸고 몇 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 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이 세상에는 다리를 원하지만 허물벗기에 지쳐버렸거나 게으름뱅이거나 벗는 방법을 모르는 뱀이 수없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뱀들에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주는 거울을 파는 뱀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뱀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 거울을 사고 싶어하는 거예요." - p. 346 -
◈ 고구레 사진관 서울 : 네오픽션 : 자음과모음, 2011.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소]
심령사진이라는 무섭지만 재미있는 소재를 토대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주인공인 16살 에이이치는 그 사진의 정체를 추적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세세하게 그려져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무겁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고구레씨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고 꼭 지키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 사진은 허황된 거짓말이 아니다. 과거의 한 순간을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실제 했던 현실의 기록이다. 거기에 별난 현상이 찍혀있다고 해도 그것 역시 과거의 일부분이다."- 상권 p. 288 -
"피카 너도 알잖아. 네 입으로 말했잖아. 죽은 사람의 시간은 정지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틀림없이 그럴거야. 살아있는 인간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젠가는 모두 그곳으로 간다는 것이고,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우리는 그곳에 갈수 없다는 거지." -하권 p. 440
◈ 가모우 저택 사건 서울 : 북스피어, 2008.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ㅍ]
이 작품은 타임슬림(Time slip). 즉, 시간여행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화재를 피하기 위해 시간여행자와 함께 2•26사건이 있었던 과거로 들어가게 됩니다. 배경이 되는 2•26사건은 일본 군부의 영향력이 군사는 물론 정계와 제계까지 장악하게 된 분기점이 되었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작가는 열여덟살 다카시를 통해 역사에 대한 고민과,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관여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 - 1권 p. 203 -
◈ R.P.G. 서울 : 북로드, 2011.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r]
R.P.G.는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인터넷에서 가족놀이를 했던 피해자와 그 관련 인물들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틀마저 무너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도코로다가 진짜 가족을 내버려둔 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가족을 만든 이유는 대체 무엇이며, 위선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족놀이에 빠져들었던 사람들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남편의, 아버지의 이런 실체를 알게 된 진짜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이 책을 읽게 되면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하기보다 여러분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가족에게 여러분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런 현실이 정말 지긋지긋해! 지쳤단 말이야. 하지만 살아가야만 해.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어. 회사에서도 불편해하는 줄 다 알아. 하지만 이제 와서 일을 그만두고 뭘 어쩌라는 거지? 어디도 가라는 거야? ... 피난처가 필요했어. 그래서 즐거웠어. '어머니'가 되는 게 즐거웠어. 인터넷 안이라도 좋았어. 내 인생까지 바뀐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어!" - p. 242 -
◈ 나는 지갑이다 서울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중앙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 813.3 궁57ㅈ]
미야베 미유키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목에서 드러나는 대로 이야기는 지갑의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형사의 지갑, 목격자의 지갑, 탐정의 지갑, 범인의 지갑 등 주인은 달라도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일들은 하나의 연쇄살인사건으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과 연결된 사람들의 지갑. 읽는 내내 다음 지갑은 사건과 연관된 누구의 지갑인지 궁금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는 책입니다.
"주인님, 그 돈을 받아선 안 돼요. 그 돈으로 저를 두둑하게 만들어선 안 돼요."
"일그러진 욕망을 품고 있는 인간. 세상 사람들의, 경찰의, 매스컴의 뒤통수를 치고 싶어하는 인간. 목적은 돈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작가들을 만나 지친 머리와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화인이 사랑하는 대출 BEST 저자, 다음 호에서도 계속됩니다!!!
|